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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월의 순간 : 뾰족한 경험이 만드는 경계의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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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4년 뉴욕타임스는 최초의 온라인 쇼핑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배송비 포함 12.48달러의 금액으로 300마일 떨어진 사람에게 CD를 배달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30년이 흐른 현재의 전자상거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은 무려 6조 3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폭발적 성장 중이다. 그리고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구매 경험은 더 뾰족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추석 연휴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느끼며 동네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에서 이리저리 주전부리를 구경한 경험이 있다면 예전 ‘슈퍼마켓’의 모습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필자에게 그런 슈퍼마켓에서의 구매 경험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낯선 일이 되어 버렸다. 
    30~40년이 찰나의 세월은 아니지만 경제 상황도, 고객도, 직원도, 기업의 기술도 참 많이 그리고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방식이 때론 버거운 경우도 생기지만 다양한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구매 경험은 더 뾰족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예상을 웃도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우리를 상념에 잠기게 하는 가운데 최근 컨설팅 회사 센서스와이드는 쇼핑의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 3만 명 이상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중심으로 최근 기업들의 행보를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고도화되는 경험, 쇼핑의 미래 예견

    2024년 디지털 상거래 지출은 잠시 멈추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소비의 53%가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2023년 58%, 2021년 61%보다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제 고객의 64% 정도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기반을 모두 갖춘 브랜드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한다. 오프라인이 접었던 날개를 차츰 펴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산업 곳곳에서 등장했다. 
    무신사가 매장에서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로 실시간 온라인 채널의 가격을 연동하는 것(가격이 변동돼도 할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거나 제품에 부착된 종이 태그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탈의실을 원래의 목적에 충실한 일반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스튜디오처럼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게 구성해 SNS와 바로 연동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오프라인이 점점 부활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구매 방식은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접속해 쇼핑을 즐기는 전 세계 고객은 29%에 육박한다. 그만큼 전체적인 기대 수준이 상승하고 가격과 배송에 대한 이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증가하며 디지털 채널의 경험이 더 즐겁기를 바란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어디에나 배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배송을 단순한 발송과 도착의 의미로 한정하지도 않는다. 
    즉 고객은 구매에 대한 영감을 신속히 얻는 것은 물론 구매하는 과정과 대상도 특별하기를 원한다. 경쟁과 혼란이 난무하는 이커머스 시장일수록 배송 경험이 최종 만족도와 이미지를 결정하므로 기업들은 라스트 마일 구간에서 비용을 줄이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한 가지 예로 추석 같은 연휴 기간에는 보통 배송 관련 고객 서비스(CS) 문의가 폭증하는데 이제는 한국의 고객들이 해외 플랫폼에서 국내 제품을 구매할 정도로 공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배송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만약 선물을 보내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제품이 포장되고 출고되는지, 언제쯤 전달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데 배송 지연은 어느 정도 예상하더라도 오류나 누락 없이 제품이 잘 포장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인베트는 이런 문제에 착안해 송장 부착부터 포장, 출고 과정까지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리얼패킹(Realpacking)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록한 영상 중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들, 예를 들어 포장 같은 것을 개별 전달할 수 있어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솔루션은 여러 주문 제품을 함께 포장해서 배송해야 하는 뷰티나 의류 산업에서 누락이나 피킹 오류에 따른 재배송 비용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형 가전 A/S 산업에도 확대 적용돼 A/S 과정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넘어 A/S 신청 후 입출고되는 상태를 기록하고 검수, 수리 등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한편 또 다른 인상적인 연구 내용도 있었는데 아직은 조금 생소한 개념인 ‘사후 쇼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사후 쇼핑은 인간이 살아서 활동하는 시간 동안 AI가 개인의 재정적 현황이나 쇼핑 습관을 이해하도록 훈련해 죽은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구매 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사후에 손주들의 교육비를 일정 기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의 47% 정도는 이 흥미로운 사후 쇼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태국에서는 응답자의 74%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크기는 작게, 경험은 크게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기존의 창고형 매장 대신 소형 매장의 출점을 시작했다. ‘플랜 & 오더 포인트(Plan and order point)’라고 불리는 이 매장은 규모를 전통적인 이케아 매장의 2~3%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로 대폭 줄이고 수많은 재고를 없앴다. 인기가 많은 간단한 제품들을 판매하지만 평균적으로 1만 개 이상의 제품이 전시되는 이케아 매장에 비하면 취급 제품 수가 500개 내외로 상당히 적다. 
    대신 맞춤형 옷장 같은 가구를 디자인하거나 인테리어에 고민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전문가의 상담을 제공하고 선택한 제품은 고객의 집이나 근처 픽업 장소로 직접 배송한다. 이케아는 편리한 픽업을 위해 테스코, 편의점, 우체국 등과 협업하고 있다. 테스코로 픽업 장소를 지정하는 경우 고객 주차장에 있는 운송업체 차량에서 제품을 픽업하고 소형 제품인 경우 편의점, 우체국에서 픽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케아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미리 구매 리스트를 만들어 방문한 뒤 실물을 보고 구매하는 사람, 자유롭게 제품과 매장을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즉시 탐색하고 공간을 즐기는 사람, 실제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지만 미트볼을 포함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탈로그 속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실물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 등 들쭉날쭉한 니즈를 포괄하려면 한 가지 형태의 매장만을 고수하기 어렵다. 
    이렇게 온라인 구매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케아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주문의 장점이 융합된 거점 형태의 접점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제품만 소량으로 보유한 소형 매장은 임대료, 인건비, 재고 등의 유지 비용을 대폭 낮춰 더 뾰족한 여정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홀푸드마켓도 최근 소형 매장의 실험에 나섰다. 홀푸드마켓은 1980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미국 내에서 500개 이상, 캐나다에서도 2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18개의 매장을 오픈했고 2021년에 7개, 2022년에 11개, 2023년에 8개를 추가 오픈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매장의 확대 속도가 둔화되는 것처럼 느껴져도 실제로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과감한 실험을 오프라인 접점에서 실행한다.
    홀푸드마켓은 예전부터 지역사회의 영향을 반영한 매장 디자인과 지역 조달 제품을 강조하는 등 지역화를 주요 차별화 요소로 삼아왔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 플로리다에 오픈한 매장은 ‘햇살의 도시’라는 별칭에 어울리도록 태양 모티프를 사용했고 뉴욕 로체스터 매장은 뉴욕주 중부와 서부에서 온 500개 이상의 품목을, 코네티컷 사우스 윈저 매장은 뉴잉글랜드에서 공급받은 1000개 이상의 품목을 취급한다.
    2022년 뉴욕시의 하이라인(High Line)¹⁾ 근처에 입점한 매장에서는 전형적인 홀푸드마켓을 벗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장 1층은 편의성과 신속한 쇼핑에 초점을 맞추고 2층은 지역 사회 모임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다채로운 경험형 서비스를 기획했다. 1층에서는 간단한 식사를 구매하러 온 직장인 고객들을 위해 포장 음식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말차라테 등을 판매하는 서비스 바를 배치했다. 
    2층에는 정육실, 치즈 섹션, 칵테일 바, 커피 바, 음식 제공 바를 만들어 고객이 충분히 머무르며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고객은 정육실에서 원하는 두께와 형태로 고기를 손질해서 받을 수 있고 치즈와 칵테일 바에서는 마치 지역의 작은 치즈 편집숍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지역 맥주, 글라스 와인, 시그니처 칵테일을 샤르퀴테리 보드와 함께 만날 수 있다. 
    음식 제공 바에서는 볶음 요리, 초밥, 주문 제작 샌드위치 등을 함께 즐기며 해당 지역의 오래된 영상들이나 하이라인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좌석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처럼 고객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맞춤화된 제품과 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얼마 전 만들어진 데일리 숍(Daily Shop)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제는 다시 편의성에 집중한 매장, 한국에 비유하자면 기업형 슈퍼마켓(SSM) 같은 매장으로 회귀했다. 커피, 차, 스무디, 샌드위치, 각종 디저트와 수프 등을 판매하는 쥬스 & 자바(Juice & Java) 외에는 즉석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인근에 새로 오픈한 마이크로 키친에서 만들어 포장한 각종 즉석식품과 베이커리를 가져와 판매한다.
    앞서 얘기한 뉴욕 매장에서는 육류 구매 시 전문가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면 데일리 숍에서는 육류나 해산물을 손질해서 판매하는 대신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신선식품의 판매에는 신경을 쓰되 한 번에 대량 구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자주 구매하는 요즘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지만 SKU(Stock Keeping Unit)²⁾를 일반 홀푸드마켓과 비교했을 때 많이 줄이지는 않고 75% 정도로 유지한다는 목표다. 다양한 제품을 작은 매장에 진열하기 위해서 층고를 높이고 이동 선반이나 투명 진열대를 활용하거나 벽면 사이드까지 진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셀프 계산대를 10대로 늘려서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를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도록 돕는다. 프로세스는 직관적으로 간소화하면서도 큐레이션을 강화한 제품군으로 최상의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승부수를 던졌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어딘가로

    2024년 추석 명절 음식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어떤 채널을 선택했는가.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이동해 음식을 함께 준비했다면 ‘중간’보다는 큰 채널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가구가 평상시에는 식료품 구매를 위해 그보다 작은 채널을 선택할 것이다. 통계청의 단편적인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가구 규모가 얼마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지 바로 체감할 수 있다. 2015년 520만 명 수준이던 1인 가구는 2023년 전체 가구의 35.5%(782만 9000가구)로 증가했고 2050년경이 되면 3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맞물려 이제 대형마트나 편의점도, 온라인 채널도 아닌 SSM 모델이 재부상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실적도 양호해 되레 편의점이 SSM을 닮아갈 정도다. 편의점은 소형에서 규모를 키워 ‘장보기 특화 매장’을 늘려가는 중인데 과일, 채소와 같은 식재료, 조미료, 소스, 두부, 간편식 등의 카테고리를 강화해 이전보다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1, 2인 소형 가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형마트보다 적은 용량, 그렇지만 뛰어난 접근성과 편의점보다는 저렴한 가격, 소포장 신선식품과 밀키트 등의 포장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다.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퀵커머스라는 강점까지 지닌 SSM은 빠른 시간 내에 주문 제품을 받고 싶어 하는 수요에 부응해 나가고 있다. 
    SSM 업계 1위 GS더프레시의 경우 2024년 2분기 슈퍼 부문에서 매출 3941억 원, 영업이익 65억 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슈퍼, 홈쇼핑, 개발 4가지 사업 분야에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슈퍼’가 유일하다.
    이를 보면 서두에 추억하던 옛날 슈퍼마켓이 현재의 시점으로 재편성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TV에서 즐겨 보던 예능이 다시 유튜브 채널에 회자되는 것처럼 고객은 변화해도 사이클은 반복된다.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재료를 녹여 적절한 중간 어딘가를 유지하는 일이 녹록지 않으나 거듭되는 시행착오는 현재진행형이다. 

    1) 하이라인(High Line) : 도심지에 위치한 공원으로 레스토랑, 상점, 문화공간들이 밀집돼 있음
    2) SKU(Stock Keeping Unit) : 유닛 컨트롤을 전제로 한 상품 재고 관리의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