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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C Innovation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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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 NEXT : 공공기관 개혁 방향

공공기관은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부문을 차지한다. 2022년 기준 자산 969조 원, 예산 761조 원, 인력 45만 명에 이르는 공공기관은 사회간접자본(SOC), 에너지, 복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러한 공공기관 정책과 관련된 주요 이슈를 살펴보면서 향후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해 논의해 본다. 이승철 KMAC 고문  공공성은 행정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운 능견난사(能見難思)다. 눈으로 볼 수는 있으나 만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공공기관 정책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공공성이란 무엇이며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찾기 어렵다.  과거 공공기관의 연혁 및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공공기관과 공공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서민경제의 안정 등 명확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나 시대 상황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의 사례는 과거 정부에서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공공기관의 사업들이다. 행정학계에서는 공공성과 수익성 내지 기업성의 균형적인 관점 또는 상보적인 시각에서 공공기관 정책을 수행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으나 그 이전에 공공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공기관 운영의 글로벌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공기업 가이드라인’에서는 공기업이 사업 수행에 있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기업이 시장에 참여하려고 할 때 민간의 경쟁 상대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를 가지지 못하도록 하는 경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 및 제3조는 자율경영 책임에 대해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의 급변하는 여건 속에서 지속가능한 공공기관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창의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자율경영 체제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는 기관의 비전, 대내외적인 여건, 기관의 특수성 등은 해당 기관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운법 제정의 기초가 된 ‘OECD 공공기관 가이드라인’에서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즉 인사, 조직,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에 있어 자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운법의 제정 취지대로 공공기관이 운영되지 않는 것이 고민이다. 새롭게 취임한 기관장들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현저히 적다는 것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부의 통제 및 관리는 더욱 강화돼 왔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자율성을 마음껏 부여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주인-대리인 관점에서 관료적인 통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실현을 위해 공공기관을 통제하고 기대에 부응토록 하는 것이다. 공공 투자 확대, 물가 안정 등 정책 수행, 나아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공공기관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둘째, 주기적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방만 경영이라는 병폐는 자율성 확대를 주저케 하고 각종 규제 지침을 남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공공 부문 강성 노조의 존재는 이러한 정부의 우려를 심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 속에서 사전적인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퀀텀 점프를 위해서 실질적인 자율경영 체제로의 과감한 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으로 공운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났다. 그간의 법 운영 경험을 기초로 공공기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공공기관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지원 위주의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현재 운영되는 각종 지침에 대한 존치 평가를 통해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위해 기관의 자체적인 개혁 및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현재 공운법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좀 더 촘촘하게 분류하고 개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접근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상장기관 등 시장에 가까이 있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해당 산업의 시장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이러한 내용 등을 감안한 공운법의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 경영평가 제도에 대한 혁신적인 변화 등도 기대해 본다. 공공기관 정책 수단 중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이 기능 조정이다. 공공성 및 효율성의 가치를 넘어 기관의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기능 점검이다. 기능 조정은 공공기관 스스로 하기에 한계가 있다. 관료화된 내부 구조, 노조의 저항, 대내외 기득권층이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기능 조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이를 규정한 것이 공운법 제14조¹⁾다. 현재 공공기관의 역할 및 기능을 살펴보면 시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행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많다. 공익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간과 경합하는 분야,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폐지가 고려돼야 하는 사업들이 여전히 많다. 다음은 그에 대한 예시다.    당초 공공기관이 해당 기능을 수행하게 된 연혁과 이유가 있지만 환경이 변해도 한 번 탄생한 기능은 소멸하기 힘들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경제 전체의 입장, 거시적인 관점에서 기능 조정, 나아가 통폐합 및 민영화까지 검토해야 한다. 기능 조정은 공공기관 혁신의 수단으로서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추진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특히 각 정부 부처의 기능과 연관된 경우 그 난이도는 더욱더 높아진다. 그러나 기능 조정이야말로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이며 미래를 위한 준비이고 공공기관이 지속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4년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된다. 경영평가 제도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행정학에서 많이 논의됐으며 개선 방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져 있다.  큰 틀에서 보면 경영평가는 성과 관리의 수단으로서 방법론적으로는 기관별 맞춤형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행하느냐 그리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다느냐 하는 것이다.  첫째, 독립된 상설 평가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평가 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평가 제도는 평가 기획에서 평가 수행까지 3년에 걸친 주기를 가지고 있다. 평가 기관의 측면에서 보면 담당자 및 책임자가 2~3번 바뀌는 긴 기간이다. 우리나라 관료 제도의 특성상 경영평가 제도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선으로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은 평가 제도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평가 기관의 상설 조직화다. 현재의 1년 단위 평가단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평가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축적함으로써 평가 제도의 혁신을 더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둘째, 평가 주기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있다. 많은 전문가가 1년 단위의 평가와 함께 중기적인 성과 평가 방식의 보완을 지적한다. 기관의 업무 성격상 단기간에 성과를 이루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인데 1년 단위로 성과 평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공기관은 기관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임기 3년인 기관장 입장에서 한 해의 하반기에 취임했다면 자신의 수행 실적을 평가받는 것은 임기 말에 가까운 2년 후가 된다. 기관들의 업무 성격을 고려해 평가 주기를 유연하게 하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 평가 방식과 관련 기관 맞춤형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이를 주저하게 하는 전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우선 기관의 성과 측정을 위한 선명한 평가 지표 및 목표치가 수립돼야 하고 엄정한 평가 시스템(평가 기준 및 평가 문화)이 구비돼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되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은 더욱 미련한 일이다. 우선은 국제적으로 비교 대상이 있어서 평가 지표 수립 등이 용이한 기관 또는 상장된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5~10개 기관을 선정해 시범적으로 적용해 볼 것을 제안한다. 2010~2012년에 도입 운영한 자율경영 평가 제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공공기관은 주요 정책 대상이었다. 보수 정부에서는 효율성 및 기업성을 강조한 반면 진보 정권에서는 공공성을 강조했다. 또 대국민 서비스 제고 및 국정과제 수행 등의 명분으로 공공기관의 책임성을 부각하면서 공운법상의 자율경영 체제와 현저히 차이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뉴노멀 시대에는 공공성 대 효율성, 자율성 대 책임성의 낡은 이슈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이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크게 이바지했듯 다가올 미래에도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기능을 통해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보다 시장 친화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향후 포스코, KT 같은 슈퍼스타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24.09.04

[10월 CE] 캐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근 ‘캐즘(Chasm)’이란 단어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기획재정부의 시사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캐즘은 ‘첨단 기술 제품이 소수의 혁신적 성향의 소비자들이 지배하는 초기 시장에서 일반인들이 널리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기 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현상’으로 정의됩니다.  캐즘은 원래 지질학 용어로 ‘지각변동에 의해 생기는 균열로 인한 단절’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다 제프리 무어가 1991년 발간한 저서(Crossing the Chasm)에서 초기에 성공을 거둔 신생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는 시기를 캐즘이라고 언급하면서 경영학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회자되는 캐즘의 주요 대상은 바로 전기차입니다. 테슬라의 등장 이후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던 전기차가 기술 발전과 수요의 한계로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이차전지 산업이 침체를 맞기도 했고 일부 독일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폭스바겐을 비롯해 상당수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전략 수정에 나섰습니다. 반면 캐즘을 극복한 대표적 기술 분야도 있는데 바로 ‘전자책(e-book)’입니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삼체’ 등 베스트셀러의 e북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종이책의 부진을 일정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인데 실은 이런 e북도 일정 기간 캐즘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콘텐츠 확보, 종이책 같은 페이지 넘김 기술 적용, 전용 리더기 외 스마트폰용 앱 출시 등을 통해 종이책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캐즘을 극복하고 독서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e북의 사례에서 보듯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이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캐즘에 빠지지 않는 방안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우선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가격 정책이나 서비스 전략 등을 다시 수립해야 합니다. 전기차를 예로 들면 가장 큰 허들은 가격과 안전성이므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으로 전기차의 안전성과 이점에 대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시장의 흐름을 읽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얼리어댑터가 아닌 주류 시장의 소비자들은 다소 보수적입니다. 따라서 기발함보다 다수의 지식과 정보에 근거한 체계적 분석과 세심한 자원 배분이 필요합니다. 또한 경쟁자들의 정보도 정확히 파악해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적기의 의사결정이 중요합니다. 지금 전기차 캐즘이 이슈가 되고 있지만 캐즘은 어떤 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어쩌면 제품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조직의 문화에서도 캐즘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초기의 성공이나 혁신에 도취되지 않고 언제나 소비자와 시장을 주시하면서 냉철한 감각을 유지한다면 캐즘이란 깊은 협곡으로 발을 헛딛을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한수희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표이사 사장 

초월의 순간 : 뾰족한 경험이 만드는 경계의 해체

1994년 뉴욕타임스는 최초의 온라인 쇼핑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배송비 포함 12.48달러의 금액으로 300마일 떨어진 사람에게 CD를 배달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30년이 흐른 현재의 전자상거래는 어떤 모습일까. 전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은 무려 6조 3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폭발적 성장 중이다. 그리고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구매 경험은 더 뾰족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추석 연휴 고즈넉한 시골 정취를 느끼며 동네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에서 이리저리 주전부리를 구경한 경험이 있다면 예전 ‘슈퍼마켓’의 모습을 그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필자에게 그런 슈퍼마켓에서의 구매 경험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낯선 일이 되어 버렸다.  30~40년이 찰나의 세월은 아니지만 경제 상황도, 고객도, 직원도, 기업의 기술도 참 많이 그리고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새로운 방식이 때론 버거운 경우도 생기지만 다양한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구매 경험은 더 뾰족하게 진화하는 중이다.  예상을 웃도는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우리를 상념에 잠기게 하는 가운데 최근 컨설팅 회사 센서스와이드는 쇼핑의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 3만 명 이상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를 중심으로 최근 기업들의 행보를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고도화되는 경험, 쇼핑의 미래 예견 2024년 디지털 상거래 지출은 잠시 멈추거나 감소하는 추세다. 소비의 53%가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지만 2023년 58%, 2021년 61%보다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이제 고객의 64% 정도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기반을 모두 갖춘 브랜드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한다. 오프라인이 접었던 날개를 차츰 펴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온·오프라인 쇼핑 경험을 융합하려는 시도가 산업 곳곳에서 등장했다.  무신사가 매장에서 제품에 부착된 QR코드로 실시간 온라인 채널의 가격을 연동하는 것(가격이 변동돼도 할인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하거나 제품에 부착된 종이 태그를 교체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탈의실을 원래의 목적에 충실한 일반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하지 않고 스튜디오처럼 사진을 찍고 즐길 수 있게 구성해 SNS와 바로 연동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물론 오프라인이 점점 부활하고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구매 방식은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아마존과 알리바바에 접속해 쇼핑을 즐기는 전 세계 고객은 29%에 육박한다. 그만큼 전체적인 기대 수준이 상승하고 가격과 배송에 대한 이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은 증가하며 디지털 채널의 경험이 더 즐겁기를 바란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어디에나 배송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배송을 단순한 발송과 도착의 의미로 한정하지도 않는다.  즉 고객은 구매에 대한 영감을 신속히 얻는 것은 물론 구매하는 과정과 대상도 특별하기를 원한다. 경쟁과 혼란이 난무하는 이커머스 시장일수록 배송 경험이 최종 만족도와 이미지를 결정하므로 기업들은 라스트 마일 구간에서 비용을 줄이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  한 가지 예로 추석 같은 연휴 기간에는 보통 배송 관련 고객 서비스(CS) 문의가 폭증하는데 이제는 한국의 고객들이 해외 플랫폼에서 국내 제품을 구매할 정도로 공격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배송 불만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만약 선물을 보내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제품이 포장되고 출고되는지, 언제쯤 전달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다. 그런데 배송 지연은 어느 정도 예상하더라도 오류나 누락 없이 제품이 잘 포장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인베트는 이런 문제에 착안해 송장 부착부터 포장, 출고 과정까지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리얼패킹(Realpacking)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기록한 영상 중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들, 예를 들어 포장 같은 것을 개별 전달할 수 있어 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 솔루션은 여러 주문 제품을 함께 포장해서 배송해야 하는 뷰티나 의류 산업에서 누락이나 피킹 오류에 따른 재배송 비용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소형 가전 A/S 산업에도 확대 적용돼 A/S 과정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넘어 A/S 신청 후 입출고되는 상태를 기록하고 검수, 수리 등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한편 또 다른 인상적인 연구 내용도 있었는데 아직은 조금 생소한 개념인 ‘사후 쇼핑’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사후 쇼핑은 인간이 살아서 활동하는 시간 동안 AI가 개인의 재정적 현황이나 쇼핑 습관을 이해하도록 훈련해 죽은 이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구매 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사후에 손주들의 교육비를 일정 기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의 47% 정도는 이 흥미로운 사후 쇼핑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태국에서는 응답자의 74%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크기는 작게, 경험은 크게 스웨덴 가구기업 이케아는 기존의 창고형 매장 대신 소형 매장의 출점을 시작했다. ‘플랜 & 오더 포인트(Plan and order point)’라고 불리는 이 매장은 규모를 전통적인 이케아 매장의 2~3%에 해당하는 작은 크기로 대폭 줄이고 수많은 재고를 없앴다. 인기가 많은 간단한 제품들을 판매하지만 평균적으로 1만 개 이상의 제품이 전시되는 이케아 매장에 비하면 취급 제품 수가 500개 내외로 상당히 적다.  대신 맞춤형 옷장 같은 가구를 디자인하거나 인테리어에 고민이 있는 고객들을 위해 전문가의 상담을 제공하고 선택한 제품은 고객의 집이나 근처 픽업 장소로 직접 배송한다. 이케아는 편리한 픽업을 위해 테스코, 편의점, 우체국 등과 협업하고 있다. 테스코로 픽업 장소를 지정하는 경우 고객 주차장에 있는 운송업체 차량에서 제품을 픽업하고 소형 제품인 경우 편의점, 우체국에서 픽업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케아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미리 구매 리스트를 만들어 방문한 뒤 실물을 보고 구매하는 사람, 자유롭게 제품과 매장을 구경하면서 마음에 드는 것을 즉시 탐색하고 공간을 즐기는 사람, 실제 주문은 온라인으로 하지만 미트볼을 포함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탈로그 속 사진이나 영상이 아닌 실물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사람 등 들쭉날쭉한 니즈를 포괄하려면 한 가지 형태의 매장만을 고수하기 어렵다.  이렇게 온라인 구매 비율이 증가하면서 이케아는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주문의 장점이 융합된 거점 형태의 접점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제품만 소량으로 보유한 소형 매장은 임대료, 인건비, 재고 등의 유지 비용을 대폭 낮춰 더 뾰족한 여정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게 만든다.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홀푸드마켓도 최근 소형 매장의 실험에 나섰다. 홀푸드마켓은 1980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미국 내에서 500개 이상, 캐나다에서도 2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18개의 매장을 오픈했고 2021년에 7개, 2022년에 11개, 2023년에 8개를 추가 오픈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매장의 확대 속도가 둔화되는 것처럼 느껴져도 실제로는 선택과 집중을 위한 과감한 실험을 오프라인 접점에서 실행한다. 홀푸드마켓은 예전부터 지역사회의 영향을 반영한 매장 디자인과 지역 조달 제품을 강조하는 등 지역화를 주요 차별화 요소로 삼아왔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 플로리다에 오픈한 매장은 ‘햇살의 도시’라는 별칭에 어울리도록 태양 모티프를 사용했고 뉴욕 로체스터 매장은 뉴욕주 중부와 서부에서 온 500개 이상의 품목을, 코네티컷 사우스 윈저 매장은 뉴잉글랜드에서 공급받은 1000개 이상의 품목을 취급한다. 2022년 뉴욕시의 하이라인(High Line)¹⁾ 근처에 입점한 매장에서는 전형적인 홀푸드마켓을 벗어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매장 1층은 편의성과 신속한 쇼핑에 초점을 맞추고 2층은 지역 사회 모임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다채로운 경험형 서비스를 기획했다. 1층에서는 간단한 식사를 구매하러 온 직장인 고객들을 위해 포장 음식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말차라테 등을 판매하는 서비스 바를 배치했다.  2층에는 정육실, 치즈 섹션, 칵테일 바, 커피 바, 음식 제공 바를 만들어 고객이 충분히 머무르며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고객은 정육실에서 원하는 두께와 형태로 고기를 손질해서 받을 수 있고 치즈와 칵테일 바에서는 마치 지역의 작은 치즈 편집숍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지역 맥주, 글라스 와인, 시그니처 칵테일을 샤르퀴테리 보드와 함께 만날 수 있다.  음식 제공 바에서는 볶음 요리, 초밥, 주문 제작 샌드위치 등을 함께 즐기며 해당 지역의 오래된 영상들이나 하이라인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도록 테이블과 좌석을 배치했다. 그런데 이처럼 고객에게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맞춤화된 제품과 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얼마 전 만들어진 데일리 숍(Daily Shop)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제는 다시 편의성에 집중한 매장, 한국에 비유하자면 기업형 슈퍼마켓(SSM) 같은 매장으로 회귀했다. 커피, 차, 스무디, 샌드위치, 각종 디저트와 수프 등을 판매하는 쥬스 & 자바(Juice & Java) 외에는 즉석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대신 인근에 새로 오픈한 마이크로 키친에서 만들어 포장한 각종 즉석식품과 베이커리를 가져와 판매한다. 앞서 얘기한 뉴욕 매장에서는 육류 구매 시 전문가와의 상호작용을 강조했다면 데일리 숍에서는 육류나 해산물을 손질해서 판매하는 대신 소포장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신선식품의 판매에는 신경을 쓰되 한 번에 대량 구입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자주 구매하는 요즘 고객들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지만 SKU(Stock Keeping Unit)²⁾를 일반 홀푸드마켓과 비교했을 때 많이 줄이지는 않고 75% 정도로 유지한다는 목표다. 다양한 제품을 작은 매장에 진열하기 위해서 층고를 높이고 이동 선반이나 투명 진열대를 활용하거나 벽면 사이드까지 진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셀프 계산대를 10대로 늘려서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를 더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도록 돕는다. 프로세스는 직관적으로 간소화하면서도 큐레이션을 강화한 제품군으로 최상의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승부수를 던졌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어딘가로 2024년 추석 명절 음식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어떤 채널을 선택했는가. 조부모님과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이동해 음식을 함께 준비했다면 ‘중간’보다는 큰 채널을 선택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가구가 평상시에는 식료품 구매를 위해 그보다 작은 채널을 선택할 것이다. 통계청의 단편적인 자료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가구 규모가 얼마나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지 바로 체감할 수 있다. 2015년 520만 명 수준이던 1인 가구는 2023년 전체 가구의 35.5%(782만 9000가구)로 증가했고 2050년경이 되면 3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에 맞물려 이제 대형마트나 편의점도, 온라인 채널도 아닌 SSM 모델이 재부상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실적도 양호해 되레 편의점이 SSM을 닮아갈 정도다. 편의점은 소형에서 규모를 키워 ‘장보기 특화 매장’을 늘려가는 중인데 과일, 채소와 같은 식재료, 조미료, 소스, 두부, 간편식 등의 카테고리를 강화해 이전보다 관련 매출이 급증했다. 1, 2인 소형 가구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형마트보다 적은 용량, 그렇지만 뛰어난 접근성과 편의점보다는 저렴한 가격, 소포장 신선식품과 밀키트 등의 포장 제품에 대한 니즈가 높다.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퀵커머스라는 강점까지 지닌 SSM은 빠른 시간 내에 주문 제품을 받고 싶어 하는 수요에 부응해 나가고 있다.  SSM 업계 1위 GS더프레시의 경우 2024년 2분기 슈퍼 부문에서 매출 3941억 원, 영업이익 65억 원을 기록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슈퍼, 홈쇼핑, 개발 4가지 사업 분야에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슈퍼’가 유일하다. 이를 보면 서두에 추억하던 옛날 슈퍼마켓이 현재의 시점으로 재편성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TV에서 즐겨 보던 예능이 다시 유튜브 채널에 회자되는 것처럼 고객은 변화해도 사이클은 반복된다.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이라는 재료를 녹여 적절한 중간 어딘가를 유지하는 일이 녹록지 않으나 거듭되는 시행착오는 현재진행형이다.  1) 하이라인(High Line) : 도심지에 위치한 공원으로 레스토랑, 상점, 문화공간들이 밀집돼 있음 2) SKU(Stock Keeping Unit) : 유닛 컨트롤을 전제로 한 상품 재고 관리의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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