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현지 시각)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는 언론은 물론 많은 국민이 ‘노벨상 보유국’이라는 자부심과 수상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강의 소설을 주목했고 그의 책들은 순식간에 100만 부가량 팔려 나가기도 했습니다.
하루씩 차례로 발표되는 노벨상 중 가장 나중에 발표된 경제학상의 경우 3명의 학자가 공동 수상했는데 이 또한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을 갖게 했습니다. 수상자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교수와 시카고대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정치 경제 제도가 사회의 경제적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임을 실증적으로 연구했는데 그 성공 사례 중 하나로 대한민국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한편 2024년 노벨상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는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두 상의 수상자 모두가 인공지능(AI) 분야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AI가 2024년 노벨상을 휩쓸었다”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2명의 학자 가운데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는 AI 연산 능력의 핵심인 혁신적 인공신경망(ANN) 모델 ‘홉필드 네트워크’를 개발해 머신러닝의 기초를 세웠으며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기존 머신러닝을 뛰어넘는 딥러닝 기법을 개발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노벨 화학상은 3명이 공동 수상했는데 역시 모두 AI와 관련된 인물들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는 AI를 활용해 지금까지 불가능하던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해 냈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은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 예측을 단시간에 해결하는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들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들은 AI 분야의 연구자들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파급을 일으키는 과학 기술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흔히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 하면 일반인들은 접근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기초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낸 연구자에게 수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24년 수상자들은 이미 인류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AI라는 일종의 응용과학 분야에서 배출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 세계 과학계는 물론 경제 산업계까지 그 어느 해보다 큰 관심을 노벨상에 보내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 시대에 걸맞은 하나의 새로운 흐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4년 노벨상은 빠른 패러다임의 변화와 다양한 융합이라는 당대의 화두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며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그 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과학은 이론과 실험이라는 두 발을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2024년 노벨상이 주는 메시지를 되새기며 기업은 어떤 두 발로 세상을 바꿀 혁신을 만들지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